[중고령발달장애인지원 이야기] “닫힌 문 너머, 세상으로 향한 첫 걸음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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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하늘님은 50세의 지적장애로 고령의 어머님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습니다.
장애로 인해 학창시절 겪은 괴롭힘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.
그 후 이하늘님의 세상은 점점 좁아졌습니다. 집이 전부가 되었고, 방 안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.
어머님과도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TV 소리만 크게 켜두고 하루를 보내는 일이 익숙한 일상입니다.
나이가 들고 누워만 있으니 다리에도 힘이 없어지고 나가기는 점점 힘들어집니다.
혼자만의 세상 속에 머무는 아들을 바라보며 어머님은 늘 같은 걱정을 품고 계셨습니다.
“내가 없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지낼까.”
걱정은 되지만 마음의 문이 닫힌 상태에서는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.
가정방문을 갈 때마다 이하늘님은 늘 같은 말로 마음의 선을 그었습니다.
“저 안 나갈 거예요.”
혹시 좋아하는 것이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.
“뭘 좋아하세요?”
잠시 후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따뜻하고 일상적인 말이었습니다.
“아이스 커피, 핫초코 좋아해요”
작은 희망을 품고 함께 사러 나가보자고 권해보았지만, 돌아온 대답은 또렷했습니다.
“나가기 싫으니까 택배로 보내주세요” 그 말에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 한편은 무거웠습니다.
우선 나가자는 말보다 먼저 안부를 묻고, 계절 이야기를 나누고, TV에서 본 장면을 함께 이야기하며 그저 ‘찾아오는 사람’으로 곁에 머물렀습니다.
하지만 오랜시간 닫혀 있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. 그럴 때마다 어머님은
“그래도 선생님 올 때는 말이라도 나누지, 누가 우리 집을 찾아주겠어요.”
라고 말씀하시며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하셨습니다.
그 마음이 이해되었기에 쉽게 발길을 끊을 수 없었지만, 한편으로는
‘이제는 그만해야 하나.’
하는 조용한 포기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.
그렇게 포기와 기다림 사이를 오가며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.
그리고 어느 날, 늘 하던 것 처럼 큰 기대 없이 물었습니다.
“하늘님, 좋아하는 핫초코 사러 한 번 나가보실래요?”
“……다음에 나갈래요.”
당장 나가겠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‘작은 가능성’의 대답이었습니다.
하지만 마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기보다는, 그저 평소처럼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.
그런데 예상과 달리, 이하늘님은 정말 집 밖으로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.
수없이 오갔던 거절과 망설임 끝에 이루어진 그 한 걸음은,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과 관계가 만들어낸 변화의 순간이었습니다.
중고령발달장애인의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.
마음을 열기까지 오랜시간이 필요하고 작은 시도 하나에도 수많은 망설임이 담겨 있습니다.
그래서 그 변화는 더디고 조용하게 시작되지만, 한번 내디딘 한 걸음은 분명 다음 걸음으로 이어질 힘이 됩니다.
우리는 그 느린 변화를 믿으며, 오늘도 보통의 일상을 향한 한 걸음을 함께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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